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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민주주의를 내 부모에게 빚졌다.

어디서 이렇게들 많이 오시나 해서 리퍼러를 확인해 봤더니 구봉숙의 도시탈출 팬클럽? 거기서 많이들 타고 오셨드만요.

그런 곳이 있다는 것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식견을 또 한번 넓힐 수 있게 되었군요.

대략 와서 쏟아놓고 가는 이야기를 보면, 


1) 싸가지 없는 새끼.

2) 저분은 대단한 분이고 너따위가 깔 수 없는 분이다.

3) 10대는 너희와 다를거야!

4) 이기적인 새끼.

5) 어른이 말하는데 어디서 말대꾸냐.

6) 너희는 민주주의를 빚졌다.

7) 그냥 그따위로 계속 살아라.

8) 고등학교 가서 국어 다시 배우고 와라.

9) 20대가 촛불을 외면했다.

10) 순수한 정의감이라곤 없는 종자.


정리해 놓고 보니 참 역겨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승리한 병신이 되어야 할테니 이 병림픽을 끝까지 밀고 가겠습니다.


1), 4), 5), 7), 8), 10)은 내가 변희재라면 당장 들고 고소했을 만큼 개인에 대한 인격모독이므로 저 것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나머지를 순서대로 살펴보고, 그 다음에 제목에 언급한 나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말해 보겠습니다.


2) 저분은 대단한 분이고 너따위가 깔 수 없는 분이다.
김명수 씨 외 한두분 정도가 제기한 문제인데요.

말의 내용을 해석함에 있어서 화자가 누군지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자의 권위로 발언내용의 잘못을 가릴 수는 없다. 노무현이 똥을 된장이라고 하면 그게 진짜 된장이 되겠는가? 그리고 노무현은 그딴 장난질을 치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에 존경받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모든 발화는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예요. 너 잘못되었다 하는데, 말할 수 있는 종자가 따로 있겠습니까? 그래서 인터넷은 참 대단합니다. 남녀노소를 모두 계급장 떼고 동등한 테이블에 앉도록 강요하지요. 그게 싫으면 인터넷을 하지 마세요.



3) 10대는 너희와 다를거야!
9) 20대가 촛불을 외면했다.

3번은 "^^"씨 외 여러분이 
9번은 "대화가"씨 외 여러분이
제기해 주신 문제입니다. 

이 두개는 이어져 있는데요. 일단 "타락한 20대와 다른 빛을 내는 10대"라는 이미지는 안타깝게도 언론에 의해 제조된 허상입니다. 이 짓거리가 처음 제 기억에 남아 있기로는 앞 글의 댓글 속에서 "천지화랑"씨가 소개해 주신대로 효순이 미선이 때 부터입니다.

그때 이미 학생조직들이 말라죽어가던 말기였거든요. 그래서 그들과 다른 뭔가를 제기하는데 그게 효순이 미선이때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그 전통은 강의석으로 이어지구요.

물론 지금 와서는 효순이 미선이때의 중고등학생이나 강의석은 20대가 충분히 되었지만, 그때 그렇게 찬양하며 이미지를 만들던 언론은 필요가 없으므로 눈을 한참 전에 돌렸지요.

작년의 10대 신화가 어떻게 작성된 거냐면, 촛불 초기에 고딩들이 많이 왔었거든요. 그래서 그걸 가지고 기사를 썼지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뒤늦었지만 20대들도 많이 나왔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이 잘려져 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 기억에서는 촛불과 20대가 괴리되어서 남아 있는 거지요.

하지만, 촛불과 20대가 불가분의 관계였다는 것은 많은 자료를 통해서 남아있습니다. 애초에 처음 촛불이 시작되었던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여성들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성 들 중에서 20대가 없었다고 상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또, 전경이 군화로 짓밟던 여자분도 20대였구요. 그 뭐시기 고대녀? 그분도 대학생이구요. 그 연대 앞 강제 진압이 있던날 울면서 전화했던 목소리도 30대라기엔 앳된 20대의 목소리였던것 같구요. 그 물대포 물벼락 속에서 깃발과 태극기를 흔들며 맞섯던 청년도 20대구요. 촛불 예비군들 중에도 20대가 있구요. 그 거리에서 같이 뛰었던 20대 중에는 저도 있고, 제 친구도 있고, 그 친구의 동기도 있고, 갑작스럽게 만난 고등학교 동창도 있고, 등등 많아요.

그래서 10대들이 대단한 것은 맞지만, 그게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고, 어느세대나 멋진 소수는 늘 있어왔고 그들이 부각된 것 뿐입니다. 그리고 20대도 촛불에 나왔지만, 모두의 기억속에서 삭제되었다는 것은 잊지 말아주세요. 그런게 역사 왜곡입니다.



6) 너희는 민주주의를 빚졌다.

자 마지막으로 이 질문이 남았네요. 이건 어떤분이 말씀하셨는지 따로 찾지 않을게요. 너무 피곤하고 졸리네요. 보통 저렇게 쌍욕을 무더기로 먹으면 잠 못자거든요.

어쨌든.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누군가에게 빚진 것이라는 데에 동의합니다.

내가 쓰고 있는 컴퓨터, 내가 쓰고 있는 안경, 내가 입고 있는 옷, 내가 아침 마다 먹는 밥, 내가 다니는 학교, 그 학비 등등 모든 것이 다 남에게서 온 것이고, 나는 그 것에 감사하면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도 예외는 아니지요.

어디까지 올라가야할까요?


고대 사회주의자인 나의 주 예수까지 올라갈까요? 아니면 프랑스혁명? 미국 독립전쟁?

가깝게 80년대로 국한해 볼게요.

나의 민주주의는 내 부모님께 빚진 것입니다.


내 부모님은 두분다 70년대 학번이시지요. 80년대에 아버지는 이미 직장인이셨고, 어머니는 80년대 초에 졸업하시고 결혼해서 저를 낳으셨죠.

하지만 어머니도 80년 서울의 봄 서울역 회군 장소에 계셨고, 내 아버지는 반정부 빨갱이로 찍혀서 삼청 교육대에 끌려갈 뻔했지요. 그리고 이른바 기장(쉽게 말하면 빨갱이 기독교) 측의 문화도 함께 받으며 내 인생은 시작되었고, 내 아버지는 그런 위협을 겪었음에도, 무슨 모임이다. 무슨 강연이다. 몰래몰래 찾아다녔죠. 그 당시 내 아버지가 민주화의 무슨 큰 이름을 남겼던 사람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나와 내 동생에게 물려줄 민주주의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 어머니의 서울역 회군도 나에게 온 이 민주주의의 한 귀퉁이 언저리에 있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부모님은 386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민주화의 공은 내 부모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조직도 없는 일반 시민이 그 시절에 겨우 교회 정도를 통해서 약간의 참여를 조금 했던 것 외에는 뭘 더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러한 행동들이 쌓여서 그 결과로 사회에서 왕따가 되고, 내쳐지는 과정에서 그 어떠한 조직도 그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내 부모는 민주화에 아주 조금이지만 각각의 분량을 충분히 복무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386이 아니었지만, 조직의 보호조차도 받지 못했지만 그렇게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고 내민 소심한 한 걸음들이 모여서 넥타이 부대가 되었고, 87년도의 일을 이루었다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민주화는 386에게 진 빚이 아닌,
내 부모에게 진 빚입니다.

내 부모에게 진 빚이며, 그리고 그 생활의 여파를 평생 내 몸으로 겪으며 살아왔기에, 나에게 민주주의라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닙니다. 옳음이라는 것이 내게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민주주의라는게 입에 발린 그냥 그런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정의에 복무하고, 약자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까뭉게지 않을때 그 것이 진정 의미있는 민주주의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나에게 민주주의는 소중합니다.


민주주의는 모든 인민이(민중이, 사람이, 국민이) 동등한 주권을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 자체의 존엄을 인정하는 원칙이며, 누구도 사람 위에 사람없고, 사람 아래 사람 있는 현실을 정당화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입니다.


나의 존엄할 권리, 나를 불가침 당할 권리. 내가 너 만큼이나, 네가 나 만큼이나 존중받는 것이 당연해야 하는 제도. 그게 민주주의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권리를 행사 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그 대상을 존중하지 않으며 내리쳐 지는 언행들이 "민주주의를 강요"하는 교훈의 말씀들이십니까!

누차 이야기 하지만, 그 것은 그냥 권위주의의 잔재일 뿐입니다. "너가 권리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너의 권리를 외치지 않는 너는 개새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다릅니다. 그 것은 청자를 정당한 주권을 가진자로 생각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그 상대방의 선택과 결단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것입니다.

전두환과 싸우던 방식으로 20대와 싸우려 들지 마십시오.

민주주의를 이야기 하고 싶다면, 민주주의에 걸맞게 이야기 하십시오.


그 것이 당신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길입니다.


이런식의 폭력과 권위 휘두르기는 내 부모가 복무한 민주주의의 이름을 더럽히는 짓입니다. 그만들두세요.


나는 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설득하고, 대화하고 싸워 나갈 것입니다. 아마 당신분들도 마찬가지이겠지요. 그런 당신분들을 존중하겠습니다. 당신분들이 나를? 또 한 다른 20대른 존중할지는 당신분들의 선택입니다.

니 맘대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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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ouin | 2009/06/13 08:19 | 잡담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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