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03일
복학생 라이프 - 어느 친구와의 대화. 가난한 사람?!
구정물에서 찌질대다가 복학해서 찌질대기 시작한지도 벌써 1년 반이 되어간다. 졸업까지도 1년 반이 남은 것을 보면, 아직 이 쉽지 않은 생활에 좀더 익숙해 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같은 학년의 어느 친구와의 대화이다.
그 친구는 좀 덕스러운, 아니 많이 덕스러운 자태를 가지고 덕스럽게 살아가는 친구다. 우리 학년에 이렇게 덕자가 많을지 몰랐지만, 그녀석에서 빌린 드리즈트를 읽으며 지난 중간고사를 날려먹은 나에게는 좋은 말동무가 되어주고 있다.
하여전 얼마 전 이야기를 하다가 앞뒤 문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우리 과 다닐 정도면 다들 어느 정도 사는거다"라는 이야기를 그 녀석이 했다.
"아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였더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길래, 나 좀 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그건 그냥 상대적일 뿐 아니냐, 우리학교 등록금이 어쩌고 하길래, 좀 맘이 상해서 정색하면서 꼭 자기돈으로 학교를 다니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쏘아 붙였다. 좀 당황했는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나가서 열 좀 내리고, 그녀석에게 가서 "정색해서 미안하다"하였다.
그 친구는 서울 남부에 산다. 경제적 어려움은 없어보인다.
복학해서 놀란 점은, 휴학하기 전보다 학년 평균 소득이 훨씬 높아진 느낌이었다. 뭔가 모를 낯선 귀티가 학년 분위기 속에서 잘잘 흐르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의 실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유쾌하지만은 않은 순간이었다.
그 친구가 그렇게 이야기 했던 것을 딱히 탓하기도 뭐하다. 그의 세계에서는 등록금이 없어서 남의 돈으로 매학기 때운다던지, 돈이 없어서 하루는 굶고, 하루는 천원 김밥으로 때우기를 반복한다던지 하는 일 자체가 매우 낯설고, 생경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삶 바깥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마치 저기 아프리카에서 기아와 학살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안됐네 생각은 하지만, 그게 어떤것인지 길게 생각하지도, 그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것과 동일하게 돈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낯설어했다.
이 친구들은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게 아니다. 기껏해야 한두살 정도 차이다. 그렇다면, 이 것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시절의 문제도 아니다.
그들은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이지만, 나와 같은 세상의 사람은 아니다.
딱히 휴학하기 전 우리 학년 사람들이 가난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큰 차이가 있다. 낯선 사람들 속에서 계속 그 차이를 고민해 보아야 할 수 밖에 없는 국외자 나에게 연민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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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6/03 22:20 | 잡담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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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꼴통 386들 덕입니다. 그 덕에 그나마 함부로 못하는 거지요. 하지만 한 세대 이후면 6,70대 되는거고, 행복한 당대 세대는 그들을 어제 서울대교수들 회견장에 난입한 노인네들 취급할겁니다.
작년 촛불부터 제가 두려워하기 시작한 우울한 근미래 디스토피아입니다...